상반기 회고를 통해 그동안 책을 너무 안 읽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.
그래서 7월이 되고 나서 습관을 조금 바꿔봤다.
약 40분 정도 소요되는 출, 퇴근 시간에 넷플릭스 대신 책을 보기로 했다.
그 효과는 대단했다!
한 달 동안 3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. (어떻게 보면 많은 양은 아니지만, 그동안 안 읽은 것에 비하면…)
짧게나마 책을 읽은 감상을 남겨보려 한다.
82년생 김지영
3권의 책 중 책을 읽으면서 중간에 생각을 제일 많이 했던 책이다.
이 책은 한국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주된 내용이지만, 나는 읽는 내내 한국 남성으로서의 내 27년 인생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.
나는 한국 남자라서 어떤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
사실 이 물음에 답은 아직 잘 모르겠다.
그저 미안하고, 죄스럽다. (이런 기분을 느껴도 될지조차 모르겠다.)
한편으로 그동안 내 주변의 여성들에게 난 얼마나 차별의 대상이었는가를 생각하기 바빴다.
아직도 나는 다른 한국 남성들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이른바 한남
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.
이 글을 쓰기 며칠 전 #왁싱샵여혐살인사건이 일어났다. 정말 화나고 안타깝다.
내가 남자라는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.
91년생 송윤섭
은 91년생 김지영
의 삶을 아직도 잘 모른다.
언젠가 나와 가장 가까운 B가 이런 얘기를 했다.
난 택시에서 카드 내는 게 무서워
정말 충격이었다.
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, 아마 이 말을 듣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.
이러한 일화들이 남성인 나에게는 그저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에피소드일 수 있겠지만, 여성에게는 결코 아니다.
이 글을 읽는 사람 모두 이 책을 한 번씩 읽어보기를 바란다.
폭정 : 20세기의 스무가지 교훈 - Timothy Snyder
우연히 이 책에 대한 포스팅을 봤는데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.
어느 날 아마존에 어떤 책이 올라왔는데 트럼프를 조롱하는 느낌의 표지를 가진 책이었다.
하지만 그 책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책이었고, 알고 보니 한 러시아 해커가 트럼프를 비판하기 위해 가상의 책을 등록한 것이었다.
재밌는 사실은 폭정 : 20세기의 스무가지 교훈
이라는 제목이 원래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던 책이라는 점이다.
이 책이 어떤 책이길래??
이 책은 나치가 어떻게 국가주의를 이용해 민주주의를 파괴했는가를 보여주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취해야 하는 자세를 말해준다.
사실 정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편이라 책을 읽기에 망설였는데, 읽다 보면 매우 당연한 이야기들뿐이다.
하지만 그 당연한 것들이 하나, 둘 깨지다 보면 우리는 더욱 쉽게 민주주의를 잃을 수 있게 되고, 잃고 나서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다.
민주주의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.
민주주의를 지켜 나가는 건 바로 우리다.
그리고 지금이 우리가 민주주의를 도와야 할 때다.
나미야 잡화점의 기적
서점에 가면 베스트 셀러 칸에 몇년 째 자리를 잡고 있던 책이다.
항상 언젠간 읽어봐야지 생각만 했었는데 드디어 읽어봤다.
읽는 내내 감탄한 것은 번역체였다.
책이 꽤 두꺼워서 언제 이걸 언제 다 읽나…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 책이 금방 읽혔다.
(비록 일본어는 못하지만) 원문으로 봐도 이렇게 잘 읽힐지 궁금했다.
현실의 어딘가에도 나미야 잡화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
이런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.
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인 것 같다.
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.
그리고
이달의 책은 명백히 82년생 김지영
이다.
정말 읽으면서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, 앞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.
이번 달에 출, 퇴근 시간에 책을 읽는 것을 결정한 것이 앞으로도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지만, 너무 좋다.
8월에도 많이 읽어보자. 빠샤